신아라, 룸메이트.
* 코스어 신카이 x 알바러 아라키타 AU..인데 글이 개짧아서 제대로 안나옴^^)..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아기자기한 필체로 적힌 전단지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 * *
전단지를 툭 떼어낼 때까지 아라키타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다. 특이한 취미래봤자 사람 죽이는 것만 아니면 될테고, 오히려 같이 살면서 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입장은 자신일터였다. 여러가지를 이유로 룸메이트와 마찰을 빚다가 결국에는 내쫓기는 것이 이번으로 세번 째.
아르바이트로 간간히 이어가는 생활은 그리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리 풍족하지도 않은터라, 좁아 터진 방에서 개미처럼 살거나 룸메이트를 찾아 홈쉐어를 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의 전부였다. 하지만 빌어먹고 살면서 사고싶은 것, 갖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을 꺾을지언정 자신의 고집만은 꺾어본 적이 없는 당찬 남자인지라 타인과 자주 불화를 빚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쯤되니 룸메이트들이 자신을 고까워하는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가… 아니 그렇다고 쫓아내는건 좀 아니지 않나. 핸드폰으로 연락처를 입력하며 아라키타는 벽을 발로 쿵 찼다.
아, 걱정이 하나 있기는 있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귀여운 폰트─전단지에 적힌 글자가 손으로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작성한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라든지 이모티콘을 보면 전단지를 작성한 당사자가 여자임이 확실한데…. 아무리 성질이 더러운 자신이라도 여자에게 성질을 부리는 취미는 없었다. 더불어, 아무리 자신이라도 여자와 남자가 생활 방식이 손등과 손바닥만큼이나 비슷한듯 다르다는 것도 알고있었다. 전화 안받으면 다른 전단 찾아봐야지. 꼬질꼬질한 운동화를 바라보며 발을 구르는 찰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전화를 받은 상대가, 그러니까 이 전단지를, 귀엽다 못해 소름끼치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 사람이라고 추정되는 상대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두터웠다. 목소리가 두꺼운 여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만큼 낮고 두터운 '남성의' 목소리였다.
"저기, 여보세요?"
"아아. 여보세요. 이거.. 룸메이트 구한대서 전화했어요."
"아, 그렇구나. 적혀있는건 보셨어요? 조건이 조금 까다롭죠?"
상냥하셔라. 비꼬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비꼬인 제 마음이 감상을 툭 던져두었다. 덜렁 적혀있는 하나의 문장이 담고있는 의미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자세한 인포도 없이 찾습니다- 하는 문구만 적혀있는게 오히려 불친절하고 까다로웠지.
"괜찮으니까 전화했죠. 근데 뭐, 위치나 평수나 아무것도 안적혀 있길래요. 가격도."
"아, 뒷면에 적혀있는데. 그냥 앞면에 적어둘걸 그랬나봐요."
이제는 쓸데없이 계획적이기도 하셔라. 아니면 전공이 그쪽인가. 손안에 구깃하게 쥐고있던 전단지를 펄럭거리며 아라키타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내용을 전부 읽어낼 때쯤에는 천천히 표정을 폈다. 대신 한 쪽 눈썹이 씰룩거렸지만.
"지금 읽었어요. 조건 괜찮은 것 같은데 구두계약해요?"
"시간 괜찮으시면 지금 찾아오실래요? 그래도 직접 보고 결정하셔야죠. 괜찮다 싶으면 계약서도 쓰고 가시고.. 저는 괜찮으니까 오늘 이사하셔도 돼요. 짐 많으시면…"
"갈게요. 끊습니다."
마지막으로, 말도 많으셔라. 제 여동생도 아니고 구구절절 늘어지는 목소리를 전화와 함께 뚝 끊어버렸다. '기분 나빴으려나' 하는 생각은 또 뒤늦게 찾아들었고 그것이 아라키타가 대인관계에 서투르다는 의미였다. 서투른것인지 어느 이유에서든 신경쓰고 있지 않은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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