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 감정의 무게.
#감정의_무게로_자캐_단문_연성 해시태그 연성!
"힘들어라."
피와 땀에 절어 질척거리는 겉옷을 바닥에 철퍽 던져두며 헨젤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혼잣말하는 습관은 좋지 않으니 자제하자… 스스로 자신을 타이르며 입술을 문지르니 비린내가 풍겼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을 하다보면 시체는 물론이고 찢기거나 베인 상처와 피에 익숙해지다 못해 덤덤해 지고는 했다. 익숙해지지 않더라도 헨젤에게 청부살인이란 단순히 일이며 업무였고 시체를 비롯한 살해의 증거들은 업무의 과정이자 성과였고 자신이 해냈다는 증거였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처음부터 낯설거나 역겹지 않았던 것 같다. 헨젤은 첫 업무를 어렴풋이 떠올려보며 욕실로 향했다.
그 때 엄청 실수했던 것 같은데. 혼잣말을 하려 벌름거렸던 입술을 간신히 내리닫은 채 손을 닦았다. 손톱으로 피부를 문질러 핏자국을 긁어내고, 그것이 물에 섞여 연한 커피마냥 탁하게 흘러내려가는 것을 보며 헨젤은 결국 끄응… 앓는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얼얼한 뺨을 감싼채 커다란 시체를 앞에 둔 그 시절을 기어코 떠올리고야만 것이었다. 부끄러운 과거는 언제 떠올려도 괴로운 법이었으니, 얼른 고개를 털며 욕조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리고 헨젤은 여러번 들어왔던 질문을 떠올렸다.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왜냐면… 머리 위로 물줄기가 쏟아져 자연스레 고개를 떨궜고, 손을 씻을 때와 같이 탁하게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질문의 답은 간단했다.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라고 했으니까. 답을 정하면 헨젤은 그들에게 되묻고 싶었다. 그러니까 왜그렇게 나쁜짓 하면서 살았어요?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으니.
그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었다. 그러니 헨젤은 자신의 부모에게도 결코 물을 수가 없었다. 왜그렇게 나쁜짓 하면서 살아서 나 혼자 두고갔어요? 주인을 상실한 질문은 수면 위를 맴돌다 헨젤에게 다시 돌아왔고, 그것은 꼭 비수가 꽂히는 것처럼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혼자인 것은 언제든 익숙했지만 언제든 아팠으며 언제든 외로웠고 언제든 적적했다. 그 증거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욕실이 소름끼칠만큼 공허했지만 헨젤은 욕조에서 몸을 일으키키 보다는 허리를 조금 더 구부려 물 속으로 턱, 이어 눈까지 쑥 담가버렸다. 감정을 피하는 법을 몰라 그대로 삼키고 참아버리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미련하다고 하겠으나 결코 제대로 돌파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으므로, 헨젤은 여즉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숨이 막혀와 물 위로 얼굴을 들어올렸다. 그제야 적막함이 천천히 깨지기 시작했다. 얼굴서부터 턱으로, 턱에서부터 수면 위로, 속눈썹에 맺혔던 것이 수면 위로, 머리를 쓸어 올리려 들었던 팔과 손에서부터 수면 위로, 무수한 물방울이 툭툭 떨어져내렸고 헨젤은 그 소리에서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누군가가 울 때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혹은 모양새와 비슷했다. 자신이 우는 모습은 어떠했더라… 무의미한 상황을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몰아치는 우울함을 수면 아래, 제 무의식 아래, 목구멍 아래로 밀어 넣어버리기 위해서였다.
감정이라는 것은 무거웠다. 자신이 가지거나 떠올리는 감정의 무게는 감당하지 못할만큼 너무나도 무거워서, 때때로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리 무거운만큼 한 번 삼켜넘기면 가라앉히는 것은 쉬웠으므로, 헨젤은 여즉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것이 진짜로 자신을 질식시키는 방법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헨젤은 여즉 그 방식으로 자신을 죽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