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웽베, 💌The message arrived💌
쏘라아
2017. 2. 17. 18:37
아직은 낯설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눈을 뜨면 네가 존재하는 일상이. 자리를 비웠더라도 핸드폰에 수두룩히 남겨진, 의미모를 글자들이 존재하는 일생이. 나는 가끔씩 의아할 정도로 이해가 되지 않고, 의아할 정도로 판단이 되질 않아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더러 존재했다. 왜일까.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그 중심에 네가 존재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러니까, 이건 그런 질문이 아니라, 그러니까.. 질문조차 알 수 없는 의문이 머리를 둥둥 떠다닌다. 비단 그것 뿐만이 떠다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사내는 숙취를 털어내기 위해 얼굴 가득히 오만상을 채워 넣은채로 테이블 위를 더듬거렸다. 담뱃갑으로 추정되는 것이 손 안에 쥐이면 끌어다 털고, 한 개비를 물고, 재떨이를 뒤집어 엎고 나서야 라이터를 찾아다 불을 붙이고. 연기가 한 웅큼 흩어지고 나서야 깨닫는다. Shit, 내 담배 아니네.
이제는 서로의 것이.. 아, 그러니까 뭐, 옷이라든지 담배라든지 몸이라든지 마음이라든지. 사소한 것부터 대단한 것들까지 전부, 온통, 내 것인지 네 것인지 분간이 서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고 깊숙하게 뒤섞여버리고야 말았다. 어렴풋이 추측할 적에는 그것이 소름 끼칠만큼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깨닫고 보니 이제, 일상이라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만큼, 눈을 뜬 순간부터 태초부터 그랬다는 듯이 굴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서. 사내는 대체 이걸 왜 피는 것인지 이해도 되지않는 담배 한 개비를 빨아 들이며 멍한 정신을 제자리로 이끌어왔다. 그리고 그제야 자각한다. 출근했나보네.
알람이 떠다니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잠결에 확인한 모양인데. 기억이 나질 않으니 굳이 기억해 낼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아직까지도 낯선 움직임으로, 허공에 엄지 손가락을 헤매이다가, 간신히 메세지 아이콘을 누르고, 흐릿한 눈으로 화면 가득히 떠오른 것을 읽는다. 암호처럼 짧은 글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 세상에서 단 둘, 웨인 디샤넬 그리고 베니치오 바티스타. 저들만이 아는 것이었다. 아주 비밀스럽지만 그만큼 아주 유치하기도 했고, 그만큼 아주 애틋하기도 했다. 글자를 모르는 자신을 위해 제 연인과 함께 만들어낸 것이니 마음이 꼼질거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괜스레 콧잔등을 찡긋거리고, 수신된 메세지들을 차곡차곡 읽어낸다. 글자마다 네 얼굴이 박혀있다. 네 음성도 박혀있고, 네 눈빛도, 손길도, 포옹도, 입맞춤도 모든 것들이. 어둑한 새벽 하늘에 아직 촘촘하게 남아있는 별들처럼, 보이지 않아도 네가 보인다. 그립진 않지만 그립다. 외롭진 않지만 아주 조금, 외롭고. 타인의 부재가 자신에게 이렇게 큰 의미가 될 줄 알았을까. 제 부모도, 그녀도, 티모시도, 그리고 과거의 저 자신도 몰랐겠지. 그러니 이제는 기어코 놀랍기까지 한 것이다. 제 안으로, 깊숙히 박힌 돌마냥 들어와버린 웨인 디샤넬, 너라는 사람이.
답장을 보내는 것은 어렵다. 무언가를 말하고, 답하는데에 망설임이라곤 없는 직설적인 사내가 유일하게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다. 실은 글자를 모르니 또한, 기억력이 좋지 않으니 이렇게 답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을 눌러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어지는 것 뿐이겠지만. 그마저도 사랑한다는 절절한 감정 하나로 견뎌낼 수 있었다. 그으, 러니까.. 이걸, 눌러야, 이 모양이.. 되, 던가.. 생각이 드문드문 끊긴다. 그만큼 핸드폰에서 깜빡대는 막대기도 끊기고, 글자도 끊기고, 맥락도 끊이고.. 한숨이 터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사내는 문장을(세간에선 단어라고 부르겠지만) 완성해냈다.
가끔씩 생각한다. 아주 짧은 말이라도 네가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알아챌 수 있기를.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표현력이 유난히,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네가, 내 최선을 다해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부족함 없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내 전부를 고백하고 있음을. 부디, 간절함과 아쉬움, 후련함과 갑갑함,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너에게, 전송.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유난히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