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2015. 12. 15. 14:03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것은 식사를 시작할 때 쯤이었다. 평소처럼 격식없는 옷차림으로, 건성으로 수저를 들고, 그릇을 향해 비스듬히 고개를 숙이자 속이 어지럽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어지러움보다는 메슥거림, 심한 구토감이 들어 수저를 툭 떨어뜨리고 만 것이었다. 왜그러냐는 물음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입을 틀어막은채 자리를 떴다. 그것이 얼마나 예의없는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불안감 하나가 있기 때문이었다. 믿고싶지 않았으나 믿지않을 이유는 없는 사실 하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상증세를 단순히 컨디션 난조로 치부하기에는 자신과 그가 쌓아온 시간과 관계들이 너무나도 깊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임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쉽게 입맛이 없거나, 쉽게 열이 나고, 쉽게 몸이 지치더니만, 쉽게 피로감이 들어 반나절을 잠들어있기도 하고(간혹 도미닉이 깨우는 일이 있을 정도로), 끝없는 갈증에 시달렸는데, 그간의 의문이 오늘의 증세로서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었다. 임신이라… 오메가로서 살아오며 자신이 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며 이제와서 두려워할 것도 아니지만 사실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다. 처음이기 때문에 드는 불안감이라든지, 말로만 듣던 것을 자신이 하게 되었을 때의 자연스러운 불안감이라든지 그런것을 떠나, 이걸 대체, 그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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