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1. 06:11


꿈을 꾼다. 곤히 잠들고 있노라면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깨우고있는 주제에 깨우고싶지 않다는 듯이 아주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천히. 잠귀가 밝은 예민한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해 게슴츠레 눈을 뜨면 목소리가 들린다. 산아. 눈물이 끓어오를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누구나가 불러대는 대협, 소협 같은 흔해빠진 호칭이 아닌 산아, 애정을 꽉꽉 눌러담은 그 호칭, 그 목소리. 눈이 멀어 얼굴을 보지못한다고 해도 가슴에서부터 징- 울리는 고동으로 알 수 있다. 문혁아. 애절한 마음으로 네 이름을 부르며 벌떡 몸을 일으키면 너는 없다. 그리 꿈에서 깨어나면 사무치는 그리움에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저 멍하니 앉아있다. 네 이름을 부르는 것도 머무르는 잠을 떨치려 서성이는 것 조차도 할 수가 없다. 다시 잠들어 꿈에서 네 음성을 한 번이라도 더 들으면 좋지않으려나 싶었으나 눈을 떴을때 네가 없는 현실은 싫었다. 받아들이기 싫었다.

 무사해야한다, 산아.

 ​다급하지만 바다처럼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제 손을 붙들었더랬다. 색색이 흩어지는 전장속에서 제 연인은 자신의 손을 꽈악 한 번 잡고는 멀어졌다. 너도 무사해야해. 한마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인산인해 속으로 사라지는 연인을 그대로 보낸 것이. 그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만 있었떤 것이 사무치게 후회스러웠다. 헤어져있는 지금, 연인은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낼 수 없을테니. 사랑한다고 한 번 이라도 속삭여 줄 것을… 지금와서야 달밤 속으로 사랑한다고 속삭여봐도 주인을 잃은 말은 의미없이 부산스레 흩어질 뿐이었다. 아, 문혁아. 네가 눈물나게 보고싶다. 긴긴 전쟁의 끝에 다시 네 손을 잡을 날을 기다린다. 돌을 박아넣은 것처럼 불룩허이 도드라진 마디와 단단할 정도로 굳은살이 박힌 그 손. 자신보다 길다랗고 커서 제 손을 포근히 덮어오던 네 손. 눈물따위는 필요없는 달콤한 재회의 끝, 그 손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제 등을 끌어안으며 산아. 다시 속삭여줄 그 날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너를 그리워하는 것 밖에는. 무능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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