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님과 함께 ~ http://nimn.tistory.com/40



재훈은 때때로 발정난 고양이처럼 굴때가 있다. 아니, 그렇게 천박한 단어로 그를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만 꼬리를 살랑거리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도발해오는 그의 모습을 성재는 그렇게밖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드러운 재훈의 손짓을 따라 서류들이 파르르 추락하고, 방금전만 해도 자신이 쥐고 있던 만년필이 소란스레 바닥을 나뒹굴었다. 곧, 자신과 재훈의 모습을 연상키라도 하듯이. 이내 재훈의 눈빛이 끈적하게 가라앉았고 성재의 심장 또한 삼켜내야만 하는 욕망 속으로 깊숙히 가라앉았다.


"성재씨."


 눈 앞이 아찔하다는 말이 이 순간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투박한 표현으로 이 상황을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만 제 목덜미를 훑어오는 가느다란 손가락이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하얗게 정신이 날아가는 기분을 성재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흠칫 다리에 힘을 줄 정도로 찌르르한 기분에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릴 뻔 했다만, 간신히 참고 눈 앞에서 느른하게 제 이름을 되내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무언가에 휘둘려 본 적은 몇 번 없다. 어릴때부터 올곧은 성재였고 백호를 따르기 전까지는 무엇하나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그이지만, 자신은 그것을 휘둘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자신이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길이었고 자신은 그것 또한 자신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자신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언제나 이성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재훈의 손짓 하나, 부름 하나, 숨결 하나에 휘청이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 지조없는 남자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란게 존재하니까. 마치 자신이 재훈을 사랑하게 된 것이 그러하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휘둘리는 것이 무어가 나쁜가. 항상 그러했듯 성재는 자신의 본성을 그리 합리화했다.


"성재씨."


 가끔은 재훈의 부름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그이지만, 그런 행동 자체가 애정을 갈구하려 일부러 돋보이는 행동을 하는 아이처럼. 그리 느껴질 때가 있다. 성재씨, 여기 봐줘요. 성재씨, 키스해줘요. 성재씨, 안아줘요. 성재씨, 예뻐해줘요. 그 무수한 부름들 속에 재훈이 갈구하는 애정이 꽉꽉 눌려담겨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 달콤한 음성을 거부할수도 거절할수도 없는 것이 그를 사랑하는 자신이었다. 자신의 연인이 자신의 관심을 바란다면, 그 애타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어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다라면, 그것을 기꺼이 알아채고 입맞춰주는 것이 성재가 줄 수 있는 사랑이었다.

 그리 재훈이 바라는 대로 사랑을 퍼주다보면 가슴이 허전해졌다. 오는게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듯이 사랑을 갈구하는 재훈에게 마음을 떠다주면 텅 비어버린 자신 또한 재훈의 마음을 갈구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나 끊임없는 갈구가 사랑이라고 성재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당신과 나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바랄 것이고, 끊임없이 사랑할 것이라고. 성재는 그리 생각하며 재훈의 손을 끌어다 그 여린 살결에 입맞추었다. 못내 사랑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어떻게 전해야할지 막막한 속내를 담아 한번, 두번.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재훈의 입술이 성재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기분 좋게 해줄거죠?"


 그리고 항상 그러했듯 재훈의 도발적인 목소리가 자신을 구렁텅이로 이끌었다. 자신의 이성이 얼마나 쉽게 끊길 수 있는지를, 자신이 얼마나 짐승처럼 거칠어질 수 있는지를 절절하게 알려주는 그 구렁텅이로 재훈은 달콤한 목소리로 이끌고는 했다. 그리고 항상 그러했듯 성재는 그에 응답하여 책상위로 그를 끌어당겼다. 재훈은 웃었고 이내 두 입술이 포개졌다.

 격렬한 움직임에 책상에 아슬아슬하게 앉아있던 서류가 마저 쏟아져내린다. 끌러진 넥타이가 부드럽게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얀 와이셔츠 사이로 살결이 드러나고 가쁜 숨이 목덜미를 뎁힌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 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커피가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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