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이 험할정도로 일그러뜨리며 한심하다는 표정이라든지, 기가 차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는 표정이라든지, 금방이라도 Stupid!하고 고개를 저을 것 같은 굳은 표정이라든지. 하루종일 열심히도 움직이던 샘의 얼굴 근육이 온화하게 풀려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마주하는 일이 잦아진 제 동생의 자는 얼굴은 약간의 역겨움을 감수하고 묘사하자면 천사같았다. 물론, 캐스같은 아저씨 천사 말고 딘 자신이 철부지 어린애시절 두 눈을 빛내며 상상하곤 했던 블론드빛 곱슬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눈이 부신 미소를 흘리는 천사. 천사라기보다는 Bigfoot에 가까운 덩치며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샘이었지만 자신의 동생이 마냥 예쁜것이 형의 마음이었다.
꿈에서 저녁식사라도 하는지 입을 크게 벌렸다가 다물며 이를 으득거리는 샘의 잠꼬대를 구경하던 딘은 목구멍을 때리는 웃음을 간신히 삼켜내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허름한 모텔 값을 몸소 증명이라도 하듯이 반딧불이보다 못한 빛을 내는 스탠드 밑으로 샘의 얼굴이 이리저리 구겨졌다. 천사처럼 온화하게 풀렸다가도, 다시 무언가를 씹는 듯도 하고, 멍청해진 표정으로 Dean하고 웅얼거리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샘의 잠꼬대를 핸드폰에 충분히 담아낸 딘은 플립을 닫으며 재차 웃음을 삼켰다. 아무래도 요상한 취미가 생겼다며 캐스 혹은 바비가 쯧쯧거릴 것일테지만 딘에게는 오랜만에 생긴 유희거리였다. 끝이 다 헤진 가죽점퍼 안주머니에 핸드폰을 다시 잘 넣어주며 딘은 그제야 제 침대에 누웠다.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이 이제는 등을 돌리고 누운 샘을 보며 딘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눈을 흐릿하게 떴다.
요만해서는 Dean! Dean!하고 뽈뽈뽈거리던 것이 어제일 같은데 벌써 딘의 어깨폭을 훨씬 넘을 정도로 샘은 자라있었다. 소나무도 아니고 뭘 저렇게 쑥쑥 자란담. 악마들린거 아니야? 시야에 가득 찰 정도로 널따란 샘의 등을 앞에두고 뭉글뭉글 피어올리던 사념을 접으며 딘은 눈을 감았다. 계집애도 아니고 자는 사람을 앞에두고 망상이 길었다. Good night, Sammy. 이제는 어린애가 아니니 계집애같은 애칭은 때려치우라며 버럭거리는 얼굴이 눈앞에 선했지만, 적어도 딘에게는 마냥 어린애인 샘의 애칭을 나즈막히 속삭이며 딘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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