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그득히 담긴 은빛 물체는 이내 손가락 사이로 넘쳐 흘렀다. 액체라고 하기엔 뚜렷한 형상을 띠고있고 그렇다고 고체류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흐느적거리며 손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무언가는 그저 추상적으로 '물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이든간에 손을 차고 넘치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미묘하게 기분이 나빠, 그리고 왠지모르게 벅차올라 마르세우스는 꾸물꾸물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 넣고서는 아랫니로 꾸욱 깨물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않은 물체는 이내 번쩍거리는 빛을 내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사과가 중력에 이끌려 바닥에 낙하하는 것처럼 무언가에 이끌리듯 바닥으로 고꾸라진 물체는 곧 파스스 소리를 내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바라보던 마르세우스는 작게 탄식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사라진 '무언가'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항상 자신에게 차고 넘치는 것이지만 조금만 쥘라치면, 조금만 소유할라치면 바닥에 쳐박혀 결국 사라지고 마는 그것. 꿈에서조차 잔혹한 그것의 형태에 마르세우스는 또륵, 눈물을 흘려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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