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묘랑 연성교환 하기로 한거.. 주제는 '인질이 된 커크'고요.. 내용 존나 두서없고요.. 캐해석 무지 부족하고요.. 2차 연성은 항상 오랜만이라 소름 돋고요.. 이렇게 밖에 못 써줘서 파묘한ㅌㅐ 미안하고요..(털석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한 박자 늦은 때인지라 일을 돌이킬 수 없는 법이었다. 이미 스스로가 느낄만큼 일은 틀어졌는데, 자신은 어디서 어떻게 언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아낼 수도, 알아낼 여유도 없으니. 지금처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커크는 코 끝이 아찔하게 저려오는 느낌에 손을 뻗으려 했으나 무언가에 의해 두 손목이 단단히 묶여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짧은 한숨을 내어쉬었다. 낮게 깔린 어둠 사이로 엿보이는 것도 없고, 쓰러진 사람도 없는데다 어디 한 구석이 아픈것은 아니니 일단은 한 숨 돌리기로 했다.
그것도 잠시 문득 떠오른 사실에 커크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마냥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다물었다. 헤르난. 도리어 잊기가 버거울 이름이 떠오르자 마자 잠시간 무의식 속에 잠들었던 기억력이 번쩍 떠오르기 시작했다. 베카가 떠난지는 꽤 시간이 흐른 뒤였고, 그녀가 없는 자리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큰 자리였음에 커크는 물론 헤르난도 알게 모르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고담은 여전히 악이 혼재하는 도시였으며 여전히 자신들에게도 경찰들에게도 골칫덩어리인 곳이었다. 그곳에 무작정 발을 딛었던 것이 우매한 짓이었을까 혹은 단순히 운이 좋지 않았던 것 뿐일까. 어느쪽이든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현재의 상황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도 아닌지라 감상은 가만히 접어두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어줍잖은 영웅 행세를 하기 위해 헤르난이 정신없는 틈을 타 홀로 고담으로 향했고, 결과적으로… 인질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자신은 그저 돕고싶을 뿐이었다. 헤르난이 아무리 슈퍼맨이라고 불리우는, 인외의 존재라고 해도 그의 눈가에 서린 자잘한 감정을 들여다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자신을 한 번도 비하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를 보고있노라면 무언가 도울 것이 없나 한번씩 돌아보다가도 결국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심해지고는 했으니까. 단순히 하수구에서 주워온 박쥐새끼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것인데.. 꼬여버린 상황은 자신의 의도와 정반대에 놓여있는 것인지라 커크는 급기야 조금, 울고싶은 기분이 되어버렸다.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어 지하실─그렇게 밖에 추정되지 않는 어둡고 퀴퀴한 공간─의 냉기에 조용히 동조하고 있던 찰나였다.
"Imbécil."
굉음과 함께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커크는 어둠에 잠식되어 있던 고개를 바싹 쳐들었다. 이미 조용히 가라 앉아버린 심장소리는 그가 들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헤르난,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것마저도 정확히 캐치해낸 그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자신의 앞에 다다랐을 때, 커크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면목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될 줄이야.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조금만 더 운이 좋았더라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조금만 더 남다른 능력이 있었더라면. 하나의 박동소리도 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는 커크가 걱정이 됐던지 큼직한 손이 그의 턱 밑을 쓸어내다간 천천히 들어올렸다.
"커크, 어디 다친건 아니겠지. 이이상 날 걱정시키지 마."
"나한테 할 질문이 아니잖아."
"Mi Vida. 난 네 걱정밖에 안해."
헤르난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음에도 커크는 앓는 소리를 내며 시선을 피해버리고야 말았다. 카울 안쪽으로의 시선을 읽은 것인지 푸른 시선이 열심히 붉은 눈동자를 쫓았고, 적어도 이것이 의미없는 기싸움이라는 것을 아는 커크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별 말씀을. 돌아갈 마음은 있지?"
가벼운 끄덕임 끝에 헤르난은 커크를 번쩍 안아들었다. 정체불명의 물질로 구속된 그의 손에 시선이 닿자마자 붉은 빛을 쏘아내 파괴해버렸고, 커크는 드디어 자유로이 풀려난 두 손목을 열심히 쓸어냈다. 속박된다는 것은 언제든 받아들이기 쉬운 감각이 아니었다. 헤르난은 짧은 웃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둘 걸 그랬나?'하고 짓궂게 물었으나 날카롭게 쏘아보는 시선에 눈썹을 씰룩일 뿐이었다. 헤르난이 통과하느라 커다랗게 구멍을… 내다못해 박살내버린 벽 사이로 빠져나오는 것이 꽤나 이질절이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목숨줄이 붙은 누군가가 킬킬대며 웃는 소리조차도 그들을 자극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 * * *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었다. 건물로 들어오자마자 불쾌감을 씻어내릴 새도 없이 두 사람 아니, 두 존재는 침실로 향했고 침대 시트에 고이 뉘여져 불만감을 표출하는 것은 커크의 몫이었다. 헤르난은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이, 다 받아주겠다는 듯이 내려다 보았으나 그가 결국 입을 열지 않을 것을 알기에 부드럽게 웃으며 하얗게 질린 입술 위로 입맞췄다. 그것 마저도 그가 달가워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커크는 이랬다. 이제까지 헤르난과 나누는 성행위를 고깝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헤르난에게 구출당하는 여주인공이 되어야만 했던 상태에서는 싫었다. 어찌됐든 자신은 피해를 끼쳤고 헤르난은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구하러 왔으며, 자신은 구출당했고, 그의 품에 안긴채 다시 요람으로 돌아왔으니까. 그래놓고 이제는 그의 아래서 다리를 벌리라고? 아하, 매춘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루어지던가.
"커크."
커크는 또한 이랬다. 그가 카울 아래로 자신의 시선을 읽는다거나 미묘하게 변하는 기색을 알아채는 것은 때때로 편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자신을 알아채고 넌지시 타이르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싫었다. 괜스레 까칠하게 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은 더더욱 싫었고. 나직한 부름에도 커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굳이 고집스레 대답을 뜯어낼 생각이 없어 헤르난은 가만 바라보고만 있었다. 숨소리 하나 제대로 오가지 않는 적막을 깨뜨리는 것은 항상 그러했듯, 커크였다.
헤르난은 몇 시간이든, 몇 주든 기다릴 의향이 있었고 그러한 기다림이 기꺼이 제 몫이라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헤르난과 커크는 서로가 서로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열을 가르게 된다면 결국 지는 것은 헤르난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커크의 목소리를 기다릴 때면 한 없이 누그러진 시선으로 바라보고는 했으며, 커크는 그것이 패배의 의미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커크는 언제고 씁쓸한 승리를 머금은채 세레모니라도 되는양 입을 열었다.
"내가 가녀린 여자 주인공은 아니잖아."
"그렇지, 넌 가녀린 것도 여자인 것도 아니니까."
자신의 부정에 공감하면서도, 주인공이라는 말은 그자리에 놓아두는 다정함에 커크는 혀라도 깨물고 싶은 기분이었다. 비릿한 향만이 맴돌 것 같은 혀끝이 달달하게 물들어가는 기분에 온 몸에 힘을 쭉 빼고 늘어지자 기다렸다는듯 단단한 팔이 허리에 둘러졌다. 맞닿아봤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헤르난은 굳이 두 가슴을 맞대고, 창백한 얼굴 여기저기에 입술을 눌렀다.
"커크, 널 구하러 간게 잘못이었어?"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라."
"그럼? 난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으러 갔을 뿐이야."
확실히 헤르난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동료가 자신이 바쁜 틈을 타 사라져 버렸고, 그 동료는 심장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찾을수도 없는데, 울면서 구해달라고 부르짖을 사내도 아니었고, 오히려 자신이 구해졌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하는 어린애였으니까. 그를 얕잡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빈정 상했다는 것을 얼굴에 어김없이 드러내는 것에 어렴풋이 나이차를 가늠해 볼 뿐이었다. 그리 의미있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커크는 결국 제 입술을 깨물었다 놓으며 헤르난의 얼굴을 끌어 당겼다.
"고맙다는 말은 아까 했던 것 같은데."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안했잖아."
"미안해."
헤르난은 그것이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오늘 새벽부터 현재까지 바쁘게 이어져온 혼란과 부재에 대한, 그리고 결과적으로 번거로운 일을 하나 늘려버린 것에 대한 사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솔직함이 좋아 헤르난은 깊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Mi Vida. 미안해할 필요 없어. 언제고 부드러운 어조에 커크는 눈을 감고 이어지는 음성을 만끽했다.
"이제 하나 남았어."
"뭐가?"
"나한테 해 줄 말. 힌트는 방금 줬는데."
"안 해."
감겼던 것이 뜨이고 붉게 충혈된 눈이 헤르난을 꾸짖었으나 헤르난은 그저 낮은 웃음소리로 흘러넘길 뿐이었다. 해주지 않으면, 하게 만들어야지. 가벼운 마음가짐과 함께 수트 위로 커크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간과 동일한 심장이 이 자리에 놓여있었다면 분명히 지금쯤 세차게 뛰었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커크의 팔이 헤르난의 목으로 둘러지며 깊숙히 끌어당겼다.
'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아라, 룸메이트. (0) | 2016.02.28 |
---|---|
거너양, 거너가 안나오는 사망AU (0) | 2015.07.15 |
리리베른, 남창AU. (0) | 2015.06.11 |
민호, Hope. (메런스포有) (0) | 2015.06.11 |
혁헌, 이리님 중간보상! (1) | 201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