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짧지만 메이즈러너 스포 짱짱有
※민호가 출구를 못찾아서 절망, 결국은 달리기를 그만 두었다는 썰에 기반해서 씀!
이른 새벽이었다. 기우뚱거리는 해먹에서 내려오자 잔뜩 구부리고 수면을 취했던 몸이 찌뿌드드하니 아려왔다. 제 팔을 양 옆으로 꺾어 쭉쭉 뻗어내고, 저린듯한 다리를 바닥과 가까이 붙여 늘어뜨리며 준비운동 겸 잠에 취한 몸을 억지로 깨워냈다. 아침공기에 눈이 시릴정도로 피곤했지만 한시라도 늑장을 부릴 수 없는 것이 제 입장이었다. 아침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홀스터를 조금 더 꽉 조이자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비단 단단히 조여맨 홀스터 때문만은 아니리라. 아무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그들이 자신을 향해 비추는 기대감이 매 아침마다 민호를 괴롭게 만들었다. 자신은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미로에 들어서자 바람이 불었다. 이전에 어딘가에서 느껴본 것 같은 바람이지만 비교할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먼 과거… 그래봐야 1, 2년전 글레이드에 처음 발을 딛였을 때라거나 미로에 처음으로 발걸음을 딛었을 때의 기억이었다. 생소함을 넘어 두려웠던 첫 날의 바람에 비하면 지금은 가벼울 정도였다. 그 바람을 맞는 민호의 심정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구역을 나누어 달렸다. 오늘 자신이 맡게된 구역을 향해 달리다가, 동료들의 인영이 사라지고, 발걸음이 멀어지고, 민감한 귓가에도 들리지 않을정도로 멀어지고, 멀어졌을 때. 민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잘 다녀오라던 미로 밖의 목소리들이 아른거리다가 발아래로 추락했다. 자신은 그들의 기대에 응할 수 없고, 우리 러너들은 그들의 탈출욕구를 채워줄 수 없다. 뉴트가 그러하고 척이 그러하고 갤리가 그러하듯이 자신 또한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더이상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미로에서도, 자신의 길에서도. 더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하나씩 접혀지는 경우의 수에 가슴이 벅찼다. 밤마다 미로의 생김새가 바뀐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절망스러웠지만 수많은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패턴을 알아냈을 때. 더이상은 자신이 알아낼 경우의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날의 벅찬 심정. 오늘은 반드시 출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그것이 산산조각 나던 가로막힌 벽. 그 벽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알비에게 알릴 때 자신은 와르르 무너지고 싶었다. 무너져야할 것은 미로라는 벽이건만 무너지고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달리기를 멈춘 것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더이상 달리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달리지 않았다. 이 이상 달려보아도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발걸음은 움직여주지를 않았다. 그저 절망하는 것이 자신의 일과의 시작이었고 작은 소음이라도 들리면 뜨끔함에 몸을 움찔거리는 것, 해가 지고 동료들이 돌아올때 쯤 다시 출구로 향하는 것이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바깥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 더더욱 죄스러웠다. 나는, 너희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가 없어. 민호라는 제 이름 뒤에 매달린 러너라는 꼬리표, 또 그 뒤에 늘어진 출구를 찾는 희망이라는 꼬리표가 점점 낡아빠져 찢어지고 있었다. 민호는 그것을 간신히 붙들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희망은 퇴색하기 마련이었다. 새삼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아 민호는 제 얼굴을 감쌌다. 희망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하는거야? 받아줄 곳 없는 질문이 미로를 어지러이 헤매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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