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코는 순간, 아직도 깜깜한 밤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명백하게 무언가가 자신의 눈가를 덮고있다고 깨달았을때, 드레이코는 우선 불쾌함을 느꼈다. 자신은 안대를 착용하고 잠드는 편도 아니었기에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을 덮고있다는 사실은 드레이코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치워내려 손을 들어올렸을 때, 드레이코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분명히 자유롭게 움직여야할 손은 제아무리 힘을 주어봐도 움직이지않았고 손가락을 꿈틀거리자 자신의 반대쪽 손가락이 만져졌다. 그는 뒤늦게야 자신의 등 뒤에서 꿈틀거리는 손들이 포박된 것을 깨달았다. 연달아 깨달은 것은 자신이 포박된 상태로 시야가 가려져있다는 것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자신을 이런상태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지금은 몇시지? 아버지는 어디계시지? 잠깐, 잠깐만. 자신의 상태를 깨닫자마자 밀려오는 질문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것과는 별개로 속이 미슥거리고 보이지도 않는 시야가 팽팽도는 것 같아 두통이 끊임없이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토할 것 같아. 건조한 입술을 틀어막을 수도 없이 드레이코는 목을 움츠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이 얕은 숨소리만이 울릴정도로 고요한 이 '어딘가'와 무엇인가 잘못된 이 '상황'은 드레이코를 뼛속까지 두렵게했다. 괜찮다, 자신은 드레이코 말포이이다, 생각해보아도 스며드는 공포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드레이코가 몸을 과하게 비틀어 의자(어디에 앉아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다리를 움직일 때 닿았던 것은 분명히 의자의 다리같았다.)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멀리서부터 요정이 장난을 치려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기는 것과도 같은 소리였다. 누군가가 온다. 그리 가정하자 심장박동이 멈추지않고 뛰었다. 왜 그리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오지마, 오지마─ 드레이코는 생각했지만 삐걱거리는 소리는 점점 큰 소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몸은 차갑게 굳어가는 가운데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깼어?"
오, 이런, 맙소사. 드레이코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허벅지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반사적으로 다리를 움츠렸다. 자신은 시야가 가려지고 포박당했을 뿐만 아니라 바지도 벗겨진 상태였다! 게다가 그런 자신을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다. 소름끼치도록 수치스러운 상황에 드레이코는 금방이라도 소리를 빼액 지르고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온 남자가 지팡이를 들고있을지, 그것으로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는 상황인지 한 치앞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드레이코는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추운가본데."
더 젠장스러운 상황은 저 뻔뻔한 목소리가 실로 낯이 익다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인데. 분명히 자신이 기억해낼 수 있는 범위안의 인물이건만 여즉 자신을 괴롭히는 메슥거림에 사고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뿌옇고 거먼 시야속에 아롱거리며 지나가는 실루엣이 있는데, 자신은 분명히 그를 알고 있는데 확실하게 모양새가 잡히질 않으니 더더욱 머리가 아파왔다.
드레이코가 고민하는 사이, 싸하게 식은 다리위로 더욱 차가운 것이 내리앉았다. 마치 얼음을 쏟아부은 것 같은 차가움에 다리를 퍼드득거리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드레이코는 자신의 무릎을 짚은 것이, 그리고 이제는 허벅지쪽으로 슬슬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 남자의 손임을 알아챘다. 과하다 싶을정도로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손은 기어코 드레이코의 사타구니에 닿았다. 비교적 따스히 녹아있던 살에, 아니 그전에 중심부위와 상당히 가까운 은밀한 곳에 남자의 손이 닿았다는 사실에 드레이코는 헛숨을 들이켰다. 마치 성추행을 당하는 여자처럼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당혹감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못했다. 고개를 비틀자 앞머리가 쏟아져내려 이마가 간질거렸다. 그리고 사타구니와 허벅지안쪽, 이제는 반댓손으로 뺨과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손 또한 구역질이 나도록 간질거렸다.
"누, 누구야, 너."
떨리는 목소리가 툭 던져졌다. 그것이 드레이코 자신의 목소리라곤 믿지못할 정도로 애처로워, 아무래도 꺾여져있던 자존심이 댕강 잘려져나간 기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드레이코의 음성에 남자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는 것이었다. 허벅지와 뺨으로부터 물러난 손은 한참동안이나 다른 움직임도, 반응도 보이질 않더니만 이내 콱, 하고 드레이코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악력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드레이코는 저도 모르게 '죽는다.' 생각했다.
"누굴거라고 생각해?"
"윽…"
"맞추면 상을 줄지도 모르니까, 한 번 맞춰봐."
가증스러운 어투였지만 화를 내기 이전에 고개가 한껏 뒤로 젖혀진채로는 숨이 가빠 드레이코는 바쁘게 껄떡거렸다. 이내 내던져지듯이 머리가 놓아지고,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며 드레이코는 깨달았다. 아롱지며 실루엣만을 그리던 얼굴이 비로소 떠오른 것이다. 남자는 맞추면 상을 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상이 무엇인지를 떠나서 드레이코는 차마 그 이름을 입으로 내지 못했다. 내지 않았다. 해리포터. 씨발, 그였다.
'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호, Hope. (메런스포有) (0) | 2015.06.11 |
---|---|
혁헌, 이리님 중간보상! (1) | 2015.06.11 |
해리포터, Crack. (1) | 2015.06.11 |
무사히루, BEAST. (0) | 2015.06.11 |
무사히루, SMASHED. (0) | 2015.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