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댜님 달성표 보상! 달성 축하해요>//<)o
* 키구루미들이 떠난 후 변해버린 다미의 어느날 이야기. 인형은 파파가 마지막으로 편지랑 함께 방 문 앞에 두고갔던 그 인형:)
때로,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벨 소리나 꾸욱 감고 있음에도 눈덩이를 괴롭히는 햇살이 아침이라는 것을 여실히 알리고 있었지만 딱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시작될 하루에 대한 괴로움이 아니라, 수면을 밀어내고 파도처럼 쏠려오는 공허함과, 그리움과, 짙은 고독함을 견뎌내기가 지독히도 괴로운 것이었다. 상실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밑빠진 독처럼 감정이 계속해서 쏟아져 내려가고, 무언가로 채우려 노력해보아도 결국은 헛된 것이 되고 말아버리는… 그런 무한의 굴레. 그 속에서 제 아무리 밝은 다미라도 지쳐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이렇게도 비참하게, 주눅들고, 침울해져, 스스로가 스스로가 아닌 것 같은 묘한 자학심이, 시커먼 감정들과 함께 발끝까지 소용돌이쳤다.
감기가 밀려오려는 것인지 목구멍이 시큰거렸다. 꼭 구토를 하기 전처럼 컬컬한 느낌이 아무래도 가라앉은 기분을 더더욱 가라앉게 만들었다. 아직 달아나지 않은 졸음때문인지 방금 이불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인지 머리에 열이 쏠려 띵하기까지… 아무래도 몸살이 맞는 것 같았다. 지각인데 감기까지? 지지리도 운 없는 한 주의 시작이다 싶어 괜히 신경질적으로 교복치마를 쳐내렸다. 제 마음처럼 구겨진 치마가 펄럭거리며 죄없이 울었다.
다미는, 다시금 침대에 누웠다. 교복을 입고 머리를 빗고 양말을 신고 스카프를 매고… 가방까지 완벽하게 멨건만 운동화를 신는 대신 침대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런 다미를 꾸짖듯이 등에 깔린 가방이 딱딱하게 등어리를 찔러댔고 찔리는 등어리는 고통과 함께 어서 일어나라고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다미는 미동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문득, 침대 한 켠에 가만히 누워있는 인형을 끌어안았다. 바느질은 어수룩한 다미가 보더라도 우스울 정도로 엉성했지만 만든 사람의 정성이 한 땀, 한 땀 꿰여있어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든 사람을 똑 닮은 인형. 그 인형의 크기가 다른, 둥그런, 귀를 만져보다가 가만히 품에 안았다. 가슴에 빼곡히 들어차는 인형은 천쪼가리 아래에 솜밖에 들어차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만든 사람의 온기와 마음씨만치 따뜻했다. 꼭 자신을 꼬옥 안고 머리를 부벼줄 때만큼이나 따뜻했다. 이렇게 그와 닮은 인형을 꼬옥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으면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미. 어르듯 속삭여주던 목소리가 다미를 부르는 것 같아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뜨면 곁에 남은 것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을, 다미는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이상 눈을 뜨고싶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영영 눈을 감고 그 착가 속에 잠겨있고 싶었다.
온기를 껴안은채 다미는 하아… 떨리는 숨을 뱉어내었다. 울기 직전 감정을 추스르는 가쁜 숨이 심하게 떨리며 입술을 울렸다. 그 감각에 다미는 도리어 정말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지만 정말로 서러웠다. 가끔씩 하나의 악운이 시작되면 둘부터 셋, 넷, 열까지 전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안좋은 일들이 밀려와 내 신세가 왜이럴까, 서럽고 억울해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듯 싶었다. 월요일부터 지각을 하질 않나, 감기에, 오늘따라 그리워지는 얼굴과, 온기와, 목소리가, 너무나도, 억울해서. 제 품에 안긴 인형이 그들이 남긴 전부라는, 생각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남겨져야만, 했, 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슬퍼서. 젖혀져 피가 쏠린 머리로 억울함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길게 내뱉었던 숨이 점점 가빠지더니 기어코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공허한 방 안을 울리는 제 울음소리에 더더욱 감정이 북받치어 결국 다미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오늘은 정말 되는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혹은 오늘은 정말 운수가 더러운 날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무엇보다도. 열을 지피우는 감기기운이나 이미 한참이나 늦어 놓쳐버린 수업시간 보다도 제일로 서글픈 '그리움'을 그런 핑계들 속에 묻어두고 싶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만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파파, 파파… 서러운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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